제7화 나는 바람둥이다
밖에서 나는 소리에 B가 슬쩍 내다보니 A가 주방에서 무슨 요리를 만드는지 맛있는 냄새도 났다. 이런 모습에 나가서 보니 A가 그래도 저녁은 식사를 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저녁식사를 준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자기가 이것저것 일을 해보려고 한식요리사, 일식요리사, 중식요리사 자격증을 세 개나 땄다는 자랑도 했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와 이런 저런 음식재료를 모아서 저녁을 준비할 테니 B는 편안하게 쉬라고 A는 부끄럽게 말했다. A는 자신이 B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지금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A의 이러한 말과 태도에 B는 조금 당혹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기뻤다. 맛있는 냄새가 집안에 솔솔 풍기면서 정말 자신도 배가 고팠다는 사실을 알았다. A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면서 잠시 방에서 쉬라고 하였다. 주방에서는 칼질 소리와 함께 풍미가 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B가 잠깐 눈을 붙였다가 잠이 들었는지 몰랐는데 방에 노크 소리가 났다.
A는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면서 어서 나오라고 문 밖에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 옷을 간편복으로 아주 편하게 갈아 입은 B는 주방의 식탁에 나가보니 거의 호텔식으로 저녁 식사를 차려 놓은 것이다. 사실 B는 오늘 힘들어서 그냥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주문해 먹을까 했는데, 이것은 정말로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냉장고에 있던 새우로는 깐쇼새우를 만들었고, 냉동닭으로는 깐풍기를 만든 것 같았다. 그리고 정확하게 이름을 알 수 없지만 풍미가 그윽한 요리가 있었다. A는 한국의 중국음식점에서는 궁보계정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이 닭 요리는 '궁바오 지딩'이라고 읽으며 견과류, 고추기름, 파, 닭고기 등을 재료로 한 것이라면서 레시피도 공개했다.
집안의 식탁에 중국요리가 가득하고 냄새가 고소하며 미칠듯이 맛있게 풍겨졌다. 누가 말했던가?
맛있는 요리를 해 주는 남자가 제일 멋있다는 말을 말이다.
B는 식탁에 앉자 A가 만들어준 저녁 식사를 같이 하다가 문득 그와 포도주를 한 잔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B는 선뜻 술 한잔 하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냥 못 이기는 척 저녁 식사만 맛있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A가 슬쩍 웃으면서 오늘 같은 날 포도주 한 잔을 따라주고 싶다면서 그냥 거실에 있는 포도주 술병을 하나 들고 왔다. ‘끌로 드 부조’ 와인이었다. 맑고 투명한 색과 품격 있는 향과 담백한 맛으로 매혹적인 포도주다.
"와인, 한 잔 모시겠습니다! 그의 말은 묵직하고 정중했다"
A는 서비스 정신에 아주 투철한 것 같이 와인잔을 가지고 와서 점잖게 포도주를 따랐다.
포도주잔을 흔들어주니 살짝 풍기는 향이 정말 좋았다.
맛있는 음식과 포도주를 놓고 이렇게 저녁을 먹고 있는 오늘이 혹시 꿈은 아닐까 B는 살짝 자신의 팔을 꼬집었다.
꿈은 아니었다.
포도주의 맛이 이렇게 맛있는 날이 또 있었나 하면서, A와 포도주 잔을 들어서 건배를 하지는 않았지만 연거푸 잔을 비었다. 또 A도 그렇게 잔을 비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포도주 한 병이 다 비워졌다.
아직 맛있는 음식이 많고 술도 한 잔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몽실몽실 떠오르는 순간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가 거실로 나가서 술 한병을 또 들고 왔다. 이번에는 중국요리에 걸맞은 '마호타이주'였다. 지난번 중국에 여행을 갔다가 선물 받은 오리지널 마호타이주였다. 마오타이의 도수가 53도라고 적혀 있는데, 입가에 도는 특유의 향이 좋았다.
맛있는 중식 요리와 함께 마호타이주를 A와 함께 마시면서 B는 그 사람이 '바람으로 지은 모든 죄'도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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