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게장을 먹으면서 이 시(詩)를 읽어 본다면, 차마 젓가락이 간장 게장으로 가지 않습니다. 바로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입니다. 게가 간장에 담겨서 간장 게장으로 승화하지만 게의 고통은 말 없이 다가옵니다.
시인 안도현은 간장에 빠져 죽어가는 게의 아픔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