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고려산 정상(436m)에는 능선을 따라서 연분홍빛 물결이 장관을 보입니다. 진달래와 철쭉이 순서대로 피면서 결국 고려산에 분홍빛 파도가 몰아칩니다. 산과 들에는 온통 진분홍빛 또는 연분홍이라 할 까 눈이 호사를 합니다.
매년을 이 때가 되면 기다렸다가 만날 수 있는 황홀한 분홍빛의 잔치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 연인이 고려산 군락지를 찾습니다.
고려산에서 김소월을 만나다 -진달래꽃 시 전문
진달래 군락지로 가다 보면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있습니다. 전망데크도 조성되어 있어 서해 풍광을 조망하기 좋고 여기서 그냥 멍 때리면서 한참을 보내도 좋습니다. 그런데 사진포토존에 김소월의 시 한편 '진달래꽃'가 비에 적혀 있습니다.
그 얼마나 환상적인가? 진달래꽃을 보러 가는데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 한편을 나지막하게 읽어 본다는 것이 또한 감명이 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족시인 소월의 진달래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진달래꽃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읽히고 애송하는 시입니다. 진달래꽃을 바라다 보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란 시에는 절제 된 아픔이 사려 있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습니다.
밝고 환한 진달래꽃이 님 가시는 길에 정말로 뿌리고 싶은 꽃이었을까?
나를 싫어해서 가는 님이라도 가는 길에 고운 꽃을 뿌려 보내고 싶을 만큼 사랑했던 것인가?
못내 보내고 싶지 않은 님을 보내는 마음이 무척 아프겠지만 어떻게 남은 발걸음을 갈 수 있을 것인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 말없이 고이 보내겠다는 이 구절 하나만으로도 내내 진달래꽃이 슬퍼보이기도 합니다.
김소월 시인이 진달래꽃이라는 시를 지었을 때 사랑하는 님을 아무 말 없이 보내겠다는 것은 어쩌면 죽어도 보내기 싫다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